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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라 원하시는 장면은 일체 없습니다. 후편을 위해 카무아부/아부카무 타이틀을 넣었지만 이 편에겐 별로 의미없습니다.

*저의, 아니 아부토의 지루하고 긴 혼잣말 같은 이야기입니다.
 




  카구라 이전에 아부토가 있었다.


 야토를 야토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야토답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아부토는 한쪽 남은 손으로 하나씩 꼽아봤다. 최강의 일족, 싸우는 일족.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아부토는 한 손가락을 더 접었다. 본능과 싸우려는 일족, 그러다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서 또 한 손가락을 접었다. 본능으로부터 도망가는 일족, 아니 나 자신.

 그 주황색 꼬맹이를 만나고서 나는 싸움에서 줄곧 져왔다. 처음엔 호센과 만나고, 그 다음엔 카무이에게. 물론 아부토가 호센이나 카무이에게 싸움을 걸고 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부토는 싸우지 않고도 졌다. 바로 싸움에서 도망가는 방법으로 말이다.

 사람은 도저히 자기가 맞설 수 없는 상대를 만나게된다면 어찌되는가. 그 사람이 누구냐에따라 대답은 수백수천가지로 갈라진다. 죽더라도 싸우는 자도 있고, 어찌어찌 승리를 쟁취 해내고야마는 자도 분명 존재한다. 아부토는 언제나 도망쳤다.

 호센을 처음 만났을 때가 그랬다. 그는 야토의 최강에 군림하기 위해 동족을 죽이기도하고 죽기 직전까지 때려서 결국엔 굴복시켜 수하로 삼았다. 아부토는 어찌했는가, 애초에 싸워보질 않았다. 그가 한 번 싸워보겠다고 간보려하면 자신이 쓸만하단걸 최대한 어필하며 싸움을 피했고, 호센은 다른 부하들과 아부토의 차이를 알았지만 굳이 손쓰지 않았다.
 아부토는 도저히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어찌하였는가. 그는 도망갔다. 호센의 옷자락을 붙들어매고 열심히 도망쳤다.

  자신의 본능으로부터.


 그가 자신의 본능을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일고여덟 정도였다. 처음으로 완전히 짐승이 되고나서 그는 야토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존재가 너무 두려웠다.
 딱히 특출나게 강하지도 않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핏줄을 이어받은 것도 아닌 그가 그토록 본능없이도 강해진 것은 본능이 두려운 나머지 생존을 위해 그리 피나게 발버둥친 결과였다.

 호센은 위험한 남자였지만 결코 진 적은 없었다-적어도 하루사메 시절에는-  아부토는 적당한 위기감은 긍정적으로 여겼다. 호센 밑에서 하루사메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목숨이 위험하면서도 본능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 딱 거기까지의 위기감을 주었다. 아부토는 자신의 능력을 주고 그 위기감을 통한 안정을 받는 것에 만족했다. 분명 호센도 그것을 눈치챘던 것이겠지.

 산호빛 머리통의 작은 야토 꼬마를 만난 것은 사실 아부토에게는 크나큰 불행이었다. 원래라면 위기와 위기가 없을 때의 평화 사이에서 오는 불안함으로부터 얻는 작은 안정감 만으로도 만족하던 아부토는 그 꼬맹이를 보며 또 한 번 겁을 먹었다.
 그 꼬맹이는 본능과 정면전을 벌이려했다. 본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굴복시켜 호센보다도 강한...

 호센이 카무이를 죽이려했을 때 몸이 튀어나가 그를 보호한 것은 카무이를 구한 것을 통해 이윤이나 신뢰를 쌓는 둥의 계산따위는 없었다. 일말의 동정도 아니었다.

  그냥, 몸이 움직였다.

 자신을 이성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유일히 '본능' 밖에 없다.
 그리고 아부토가 아는 '본능'이라는 놈은 꼬맹일 위해 몸을 희생하는 바보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이것도 또다른 본능이었다.

 카무이, 이 꼬맹이에겐 어떤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아부토가 알고 섬기던 전의 '본능'이라는 놈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고싶지 않거든 적당한 고통을 바치라 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본능의 존재는 섬기라하지도 않고 두려움도 주지 않는다. 존재감도 희미해서 선인지 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부토는 그 작은 불씨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장작을 주고 숨을 불어넣어 언젠가 강한 불로 키워낼 것이라고.

 호센은 그 불씨를 무시했다. 사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요시와라의 태양-히노와-을 만나기 한참 전의 이야기니까.

 "너는 다른 야토와는 다른 것 같아"
 "그러냐? 다른 녀석과 다르게 어떻게 보이든?"
 "...아저씨같아"
 "뭐어라고오? 이 탱탱한 피부의 어디가 아저씨냐!"

 카무이.
 너는 어떤 빛을 따라 가는 거냐.
 스승의 길을 따라 태양에 말라죽을 것이냐.
 설마 모든것을 불태워버릴 복수의 화마는 아니겠지
 걱정하지마.
 그것이 무슨 빛인지 목격할때까지는 내가 길동무라도 해줄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저씨라고 하지마.




   ---




 "저기, 선배"
 "아, 무슨 일이냐"
 "혹시 단장과 부단장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역시 야토끼리의 대화는 언제나 싸움이었다. 선배는 조금 고민하더니 신참에게 답한다.

 "처음 단장이 하루사메에 들어왔을 때엔 훈련이랍시고 매일매일 싸웠었지"
 "하긴 어릴 때부터 호센님과 싸웠다면 진작에...  흠흠 당하셨을테니까요"

 선배는 신참의 말실수를 눈감아줬다. 확실히 단장이 처음 들어왔을 때, 호센은 빠르게 강해지는 모습을 기특해했지만 애초에 무언갈 키우는 것에 재주가 없는 남자였기에 초반에 무심코 죽여버릴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었다. 그러나 힘으로 언어를 대체하는 야토인만큼 한 열번정도 버티면 그 다음은 죽기 직전엔 살려주자며 나름의 배려를 하려했다.

 "첫날부터 호센님에게 달려가 싸움 걸 기세더니 어느새 아부토님과 단장이 매일 매일 싸우고 있었지. 때도 장소도 안가리고 싸웠어, 하루에 두세번 싸우기도 했고 한 번은 카무이님이 심하게 다쳐서 한번도 제대로 못 싸운적도 있었지"

 선배 야토는 그제서야 아부토의 존재에 대해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야토는 맞는데 하는 짓이 마치 그때의 꼬맹이를 지키려는 모양새 아니던가. 생각해보니 그때 크게 다쳤을 때도 큰 임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날 카무이님이 아부토님에게 이겼어"
 "엑? 정말입니까?"
 "정말이지. 그렇게 아부토님을 이기고 카무이님은 정식으로 호센님에게 싸움을 걸고 다녔지"
 "그런...그런데 아부토님은"
 "설마 그정도로 아부토님이 약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선배도 싸워봤습니까?"
 "당연하지, 하루사메에 기어들어온 그 꼬맹이한테 졌단 소문에 떼거지로 그에게 싸움걸었고"
 "떼...떼로 말입니까?"
 "깔끔하게 아부토님의 승리였어. 우린 그제서야 납득했지, 그냥 그 꼬맹이가 말도안되는 괴물이었다고"
 "우...우와...실감이 잘안가네요"

선배는 단장과 부단장의 싸움을 머리로 예상해봤다. 이제까지 같이 싸웠던 전투정보에 따르면 단장은 거의 호센급의 괴물, 그에비해 아부토는...

 "평소의 부단장님은...그다지 잘 싸우지 않으니까"

 아부토의 전투정보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아서 선배는 생각하길 멈췄다.
 여기는 하루사메다, 힘을 제각각 숨기고 있는 것 정도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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